
그 후로 운탄고도에는 많은 코스들이 생겨서 도보 여행자들이 자유롭게 즐겼는데 그 중 하나가 만항재에서 시작하는 길이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다녀간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하지만 만항재를 출발점으로 시작했던 그날은 눈이 허벅지만큼 쌓였던 겨울이었다. 이제는 하늘 사람이 된 형님이 무조건 가야 하는 길이라며 따라 나섰던 길에서는 정말 많은 눈을 만났다. 발자국이 난 길 옆으로 조금만 발을 디뎌도 정강이까지 푹푹 빠졌고, 길가에 제법 쌓인 눈에서는 몸을 눈 위로 던지면 움푹 들어갈 정도였다.

걷기 전날 굳이 펜션에서 머물렀던 건 서울에서 정선까지 이동거리와 시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 40킬로미터 정도 되는 운탄고도를 1박 2일간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있었다. 겨울 배낭은 다른 계절에 비해 무겁고, 물이 있어도 광물로 인해 취수를 할 수 없는 운탄고도의 특성상 1박 2일 동안 운용할 물까지 배낭에 넣어서 다녀야 하니 그 어떤 배낭보다 부피도, 무게도 만만치 않을 터였다. 만나면 만담에 가까운 입담들을 자랑하는 길벗들은 이날 저녁도 늦은 시간까지 만담으로 긴장감을 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