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촬영지, `경주 삼릉 숲`을 걷다

경주 삼릉 숲 촬영지

0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경주시 배동의 삼릉 숲.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소나무, 하늘 향해 곧게 뻗는가 하면 바람이 부는 데로 흔들렸는지 곡선을 그리며 위로 향하는 소나무, 밑동부터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 마디마디 상처가 나 아문 흔적이 있는 소나무, 서로 얽히고 기대며 긴 세월을 함께 했을 모습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마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처럼. 평온한 길을 걷는 이가 있는가 하면, 험난한 길을 걷는 이도, 서로 기대고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도 숲도 시간이 흐르는 데로 저마다 제 길을 만든다.



삼릉(三陵)은 3개의 왕릉이 나란히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 그러나 신라 초기에는 대형무덤이 존재하지 않아 능의 주인이 모두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무덤은 모두 원형으로 흙을 쌓아 올려 만든 것으로 1971년 대한민국 사적 제219호 배리삼릉으로 지정되었다. 현재의 명칭, 삼릉으로 바뀐 건 2011년 이후.



삼릉 숲은 소나무 위로 부는 바람소리와 똑 쏘는 향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그래서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숲은 삼릉에게 인사를 나누었으리라. 솔잎이 땅에 떨어져 양분으로, 소나무로 다시 살아났을 그렇게 셀 수 없는 시간이 삼릉에 배어 있다.



최근 삼릉 숲은 또 하나의 영상으로 주목 받고 있다. tvN의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극 중 1화에서 어린 유진이 나무 지게를 매고 지나다 훗날 애신의 조부인 고사홍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다. 유진은 추노꾼을 피해 삼릉숲 빛으로 사라진다. 소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먼 훗날 다시 돌아오는 유진의 모습을 예견하는 장면이다. 이곳은 등산로 입구에서 10분여 만에 만날 수 있다. 드라마의 인기도 그러하지만 극 중에 나오는 OST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른 아침, 숲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햇살 좋은 날이면 흙과 뿌리까지 온기를 빨아들여 잘 마른 이불처럼 뽀송뽀송해진다. 비 오는 날이면 작은 먼지까지 방울방울 아래로 흘려 보낸다. 사람이 지나간 흔적은 길이 되고, 사람의 숨결, 손길을 아는 듯 숲은 좋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숲은 오가는 사람들로 생기를 얻고, 사람은 만찬을 즐기듯 초록빛 보약을 흡입한다. 바람이 이끄는 길, 나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는 경주 삼릉 숲은 가을과 동행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관련 포스트 더보기

답장을 남겨주세요.

당신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