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품은 평화의 길 `염하강철책길`

바다와 평화의 산책길
외세 침입을 막았던 역사의 길
김포함상공원

0

[이데일리 트립in 박진성 작가] 한반도에 평화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 염하와 철책에도 봄바람이 분다. 염하(鹽河)는 ‘소금강’이다. 강화도와 김포 사이 약 20km의 길고 좁은 강화해협을 이르는 말이다. 염하와 나란히 선 철책선을 따라 이어진 염하강철책길을 걷는다. 평화를 기원하며.

△ 바다와 평화의 산책길

염하강철책길은 평화 누리길 1코스다. 김포 대명항에서 출발해 덕포진을 지나 문수산성 남문에 이르는 14km 거리에 도보 약 4시간이 소요된다. 대명항은 초지대교 아래에서 강화도를 마주 보는 예부터 한강으로 이어지는 해양 교통의 요충지다. 서해 아름다운 석양과 어촌의 호젓한 바닷가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봄철에는 주꾸미와 꽃게로 유명하다. 어판장에 자연산 새우와 다양한 젓갈이 싱싱하다.

철책길 상징물이 출입구에 있어 평화 누리길은 찾기 쉽다. 출발지점에 빨간 우편함 모형이 있는데, 평화 누리길 패스포트와 인증스탬프가 들어있다. 이 길을 종주하고 인증서를 받으려면 스탬프를 찍어 패스포트를 챙겨야 한다. 2010년 5월 개장해 DMZ 접경지역인 김포·고양·파주시와 연천군 등 4개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을 걷는 길이다. 총 12코스, 191km로 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1개 코스는 15km 내외로 도보 약 4~5시간이 소요된다.

해안을 따라 철책길을 걷는 느낌이 색다르다. 적군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한 철책이 낯설게 느껴지지만, 철망 사이로 보이는 바다 건너 강화도 풍경은 평온함을 준다. 길 중간 지금도 사용하는지 알 수 없는 얼룩무늬 경비초소와 모래주머니를 쌓아 만든 참호가 있다. 아직 우리가 분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징표 같다. 그러나 길가에 솟아난 봄철 쑥 캐는 여인들과 봄나들이 나온 가족들에게 철망은 오히려 야구장의 안전펜스처럼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 외세 침입을 막았던 역사의 길

3~40분 걷다 보면 덕포진(德浦鎭)이 나온다. 덕포진은 손돌목에 위치한 군사 요충지로 임진왜란 이후 조선 선조 때 창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가·나·다 3개 포대지가 남아있다. ‘가’포대는 강화 남장포대를, ‘나’ 포대는 강화 초지진을, ‘다’ 포대는 초지진과 남장포대를 향하고 있다.

150여년 전 구한말 프랑스와 미국 서양 군함을 맞아 병인양요(1866년)와 신미양요(1871년)의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지금은 포대 뒤 잔디 위에서 텐트를 치고 한가로이 쉬는 휴식공간이 다. 선조들의 희생의 흔적을 복원된 포대 자리 이외에는 느낄 수 없다.

덕포진 바로 위쪽이 손돌목(孫乭項)이다. 인천 앞바다에서 마포나루까지 올라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다. 김포 대곶면과 강화 광성보 사이 강화해협은 조선 시대 평시에는 세곡 미를 운반하는 뱃길로 이용되었고 전시에는 적을 방어하는 진지로 사용되었다. 손돌목은 안면도, 염창동과 함께 난파위험지역으로 꼽히는 곳으로 물살이 빠르다. 태조 4년(1395)에 조운선 16척이 침몰했으며 태종 3년(1403) 30척, 태종 14년(1414) 60척이 침몰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손돌목 바로 위에 손돌의 묘지인 손돌묘가 있다. 손돌에 대한 전설이 전해진다. 손돌은 몽골의 침입으로 고려 고종이 강화도로 피난 갈 때 뱃길을 잡은 뱃사공이다. 험한 물길에 불안을 느낀 왕이 손돌을 적의 첩자로 의심하여 목을 베었는데, 손돌은 죽음에 직면하면서도 물 위에 작은 바가지를 띄우고 그것을 따라가면 강화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죽음을 받아들였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왕은 자신이 경솔했음을 깨닫고 후하게 장사를 치른 뒤 사당을 세워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넋을 위로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돌아나가듯 굽이도는 물길의 이름을 손돌목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해마다 손돌의 기일인 음력 10월 20일 무렵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억울하게 죽은 손돌의 한이 서린 바람이라고 하여 ‘손돌이바람’이라고 부른다.

계속 걷다 보면 철망 건너 작은 섬 부래도(6.5km), 쇄암리 2층 전망대와 화장실이 있는 쉼터, 시골 할머니 매점이 있는 원머루나루(8.6km), 김포CC 골프장(10.2km) 옆길을 지나 문수산성 남문이 나온다. 철책을 따라 바다 건너 강화도를 바라보며 걷는 기분이 새롭다. 중간중간 선조들의 역사와 분단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산책길이다. 평화시대가 오면 단단한 철망은 없어질 것이다.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철책 없는 염하강길을 걸어보는 상상을 해본다.

[연계 관광지] 김포함상공원

대명항과 평화 누리길 입구 중간에 김포 함상공원이 있다. 62년간 바다를 지켜오다 2006년 퇴역한 상륙함(LST)인 운봉함을 전시관으로 조성한 수도권 유일의 함상공원이다. 야외에는 해상초계기, 수륙양용차가 전시되어 있고, 분수대와 어린이놀이터가 있다. 실내 운봉함 전시관(함상전시관)에는 함실생활 체험하고 재현한 상갑판, 과거 상륙작전과 전쟁의 경험을 상영하는 영상관, 천안함과 연평도 북한 도발 홍보관, 관람객이 직접 해군이 되어 보는 아바타체험, 기본 군사지식을 습득하는 훈련을 배울 수 있는 체험관 등 이색적인 볼거리가 다양하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전쟁을 경험한 노년층도 함께하면 좋을 듯하다.

*위 치 : 경기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1로 110-36

*입장료 : 함상전시관 성인 3,000원, 어린이 1,000원(김포시민 50% 할인)

*대중교통 : 영등포역이나 5호선 송정역에서 60-3번 버스, 인천터미널 : 700번(초지대교 입구 하차)

관련 포스트 더보기

답장을 남겨주세요.

당신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