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트립in 이승희 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과 가장 낮은 섬이 마주 보고 있는 곳이 있다. 제주도 한라산과 가파도다. 가파도는 제주올레 10-1코스다. 모슬포항에서 마라도 방향 중간 수평선과 맞닿을 정도로 지평이 낮고 평평한 섬이 가파도다. 제주 본섬과 매우 가깝다. 여객선이 출항하는 운진항에서 약 4km이고, 본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2km 남짓 거리다. 2016년 마라도와 가파도를 갔다. 늦가을 마라도행 여객선에는 관광객이 북적였지만, 가파도행 여객선에는 일행 몇 사람뿐이었다.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1년 내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그래도 가파도가 인기가 많을 때가 있다. 청보리 축제 기간이다. 올해로 11회를 맞는다. 3월 30일부터 5월 12일까지 청보리 축제를 하고 있다.



가파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시대까지 올라간다. 상동 포구 선착장 인근에 패총 흔적이 남아 있고, 제주도에서 발견된 180여 기의 고인돌 중에서 135기가 가파도에 있다. 가파도 주민들은 이 고인돌을 ‘왕돌’이라 부른다. 왕돌은 전형적인 남방식 고인돌이다.
여객선사에서는 가파도에 들어가는 인원과 나오는 인원을 조절하기 위해 왕복 승선권을 발권한다. ‘3시간 조건부 가파도 입도 허가증’인 셈이다. 여객선은 3시간이라는 짧은 발걸음을 남겨 놓고 떠났다. 마음이 앞섰다. 가파도에 처음 왔을 땐 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이번에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상동마을에서 하동마을로 넘어가는 섬 중앙 코스를 선택했다.





보리는 민초의 삶이었다. 가난했던 사람들이 먹었던 주식 보리. 이제는 가파도를 알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유채꽃과 무꽃도 많이 보였다. 보리 수확이 끝나면 고구마를 심는다. 가파도는 평온한 대지만큼이나 농작물도 민초를 닮았다. 그래서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축제가 끝날 무렵 가파도를 찾는다면 여유롭게 섬을 돌아볼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가 있다. 섬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섬이 예쁘고, 더 사랑스럽게 보일 것이다. 다음 여행에는 가파도에서 하룻밤을 보내야겠다. 알면 알수록 궁금한 섬이다.
[여행 정보]
가파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은 모슬포 남항인 운진항에서 출발한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대략 1시간 간격으로 여객선이 운항한다. 여객선 요금은 해상공원입장료 포함하여 왕복 13,100원
*가파도 여객선 운항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가파도 마라도 정기여객선’ 홈페이지 참고.
*숙박과 식사 편의시설은 ‘가파도’ 홈페이지 참고.
*청보리 축제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가파도 청보리 축제’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