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에서 제주로 이주한 지 두 달째다. 제주살이는 외로웠다. 해가 지면 땅거미가 삽시간에 내렸고, 불 꺼진 동네에서 습관처럼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이곳에서도 나는 방황을 멈추지 못했다. 시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촌장은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거실 내 책상에서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해가 지도록 촌장이 오지 않으면 대화를 나눌 사람이 몹시 그립다. 도시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적막한 생활이다. 촌장을 꼬드겨 숲으로 갔다.

동네 입구에 ‘선비마을’이라고 새겨진 큰 바위가 눈에 띄었다. 왜 선비마을일까 생각했는데 숲에 오니 알겠다. 납읍리는 전통 있는 유림촌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큰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금산공원에 들자마자 숲길 양쪽에 널찍한 정자가 두 개 보였다. 인상정과 송석대다. 마을 선비들이 시를 읊고 글을 지었던 정자다. 지금은 납읍 초등학교 학생들의 시화가 걸려 있다. 여름에 돗자리 하나 들고 와서 초록이 흘러내리는 후박나무 아래에서 오수에 빠진 나를 떠올려본다. 생각만으로도 시원하다.

궁금한 생각이 들어 ‘납읍리 마을제’에 대해 신문기사를 찾아보았다. 제주도에 전래되고 있는 마을제 가운데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되고 규모가 크다고 한다. 제주 무형문화재 6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마을의 모든 의례는 유교식으로 진행된다. 사진 속에는 옛날 그대로 의관을 차려입은 마을 사람들이 제사를 올리고 있다. 커다란 돼지가 통째로 제상에 올려져 있는 모습도 보였다. 구경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