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연휴 오전 11시 40분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우이도행 섬사랑6호에 몸을 실었다. 배가 떠 있듯 내 마음도 떠 있었다. 목포에서 우이도는 흑산도 보다 가까운 거리지만, 시간상으로는 너무나 먼 곳이다. 하루에 한 번뿐인 배편과 철부선(차량과 사람을 함께 실을 수 있는 배)으로 세 시간 반이나 걸리는 머나먼 섬이다.
배 타는 것이 지루해질 때쯤 도초도를 지난다. 물살의 깊이와 거칠기가 사뭇 다른 외해로 빠져나간다. 뱃멀미의 시작점이다. 도초도에서 정서 쪽으로 가면 유명 관광지 흑산도와 홍도다. 쾌속선은 흑산도, 홍도를 향해 여행객을 실어 나르기 바쁘다. 빨리 가는 만큼 물살도 빨리 사라졌다. 우이도행 섬사랑6호는 남서쪽을 향해 간다. 느림보 여객선은 오랫동안 발자국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배 안에서 1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한다는 분을 만났다. 우이도 진리마을에 우이초등학교 본교가 있었고, 우이도리에 6개의 분교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경치도를 마을 사람들은 ‘별치’라고 했다. 현재는 무인도지만 당시에는 2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경치도 옆으로 삼월도, 히섬이라 불렸던 백도, 이 섬은 멍섬, 저 섬은 솔섬 이런 섬 이야기를 나누웠다. 그는 우이도 진리항에 내렸다. 진리항을 빠져나와 우이도 부속섬 서소우도, 동소우도를 경유해서 종착지 우이도 돈목마을에 여행자를 내려 놓는다.
성촌해수욕장에서 모래언덕 뒤편으로 올라갔다. 출입이 허락하는 지점까지만 갔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훼손되는 모래언덕을 보호하기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돈목처녀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간다.’라는 말이 있다. 바람에 날아온 모래는 섬마을 주민들에게 골칫덩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래언덕은 빗물 저장창고 역할을 해주어 성촌마을과 돈목마을에 식수를 해결해 주었다. 모래언덕을 보기 위해 우이도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니, 이제는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돈목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탤런트 김희선이 숙소로 사용했던 성촌마을 민박집을 방문했다. 민박집 아주머니는 정겨움이 넘쳤다. 김희선이 잤던 방을 구경시켜 주었다. 남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단다. 나도 이 방에서 하룻밤 자고 싶었다. 탤런트 김희선은 종종 전화도 하고, 선물도 보내 준다고 자랑을 한다. 사람은 떠났어도 아주머니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
돈목마을 민박집에는 푸짐한 밥상이 차려져 있다. 우이도 섬 밥상은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음식으로 유명한 섬이다. 섬에서 나오는 자연산 나물과 해산물로 차려진 밥상이다. 산이 깊고, 바다가 좋아 식재료가 풍부하므로 가능했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이생진 시인의 단골집 양평댁이 운영하는 민박집 마당에서 섬마을 콘서트가 열렸다. 돈목마을에 온 여행객들이 많이 모였다. 섬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시인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인은 1988년부터 시작된 우이도와의 인연을 이야기해주었다. 양평 댁 아주머니는 우이도로 시집온 사연을 이야기해준다. 부부는 친구의 소개로 광화문에서 만났다. 남편이 얼마나 좋았는지 신안 우이도를 서울 우이동으로 들었다고 한다.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전국에서 모인 여행객들의 시 낭송과 장기자랑으로 우이도의 밤은 오랫동안 잠이 들지 못했다.
상산봉에서 진리몰랑으로 내려와 계속해서 돈목마을로 길을 잡는다. 울창한 대숲에 가려진 대초리 마을이 나온다. 대초리 마을은 보길도 부용동처럼 해변 산중이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다. 사람은 떠나고 돌담과 집터만 남아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은 대나무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삼켜 버렸다.
돈목마을에 도착하니, 기상예보에 없던 풍랑 예비특보가 내려진다. 어쩔 수 없이 일정을 앞당겨 우이도를 빠져나온다. 성촌처녀의 혼이 담긴 모래언덕을 지키려는 돈목총각의 심술이 아닐까. 여행객들은 바람 때문에 우이도에서 내쫓기듯 나와야했다. 돈목총각이 허락만 하면, 다시 가고 싶은 섬이 우이도다.
[여행 정보]
목포에서 우이도 가는 섬사랑6호는 하루에 한 번 운항 한다. 목포에서 우이도 들어가는 여객선은 오전 11:40분 출발, 요금은 13,300원. 우이도 돈목에서 목포로 나오는 여객선은 아침 7시 20분 출발, 요금은 12,100원.
우이도 여객선 운항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신안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참고.
우이도에는 숙박과 식사를 함께 하는 민박집이 여러 곳 있다. 돈목마을에 다모아민박, 우이슈퍼민박. 성촌마을에 성촌민박 등이 있다. 숙박은 1박에 5만원, 식사는 한끼 8천원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