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제주 바닷가 검정 현무암에 놓인 꽃수

제주도꽃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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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트립in 황정희 작가] 꽃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았고 행복을 느낀다. 선물과도 같은 자연을 함께 누리고 싶다. 꽃길을 같이 걷는 길동무라 생각해주면 좋겠다. 여행지는 축제장일 수도 있고 때론 호젓한 숲과 계곡이다. 그곳이 어디이든 꽃길을 함께 걷기 위해 떠나보자. 바다는 계절 따라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여름의 열정과 겨울의 추억, 세찬 파도는 소용돌이치는 마음을 대변하고 잔잔한 해변은 사건 없는 일상이 행복이 아니냐고 말한다. 제주바다의 5월은 좀 더 특별하다. 구멍투성이 현무암 갯바위 한 줌 흙에 피어난 꽃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화산섬 제주는 태생부터가 남다르다. 화산체인 한라산과 불쑥불쑥 튀어나온 오름들 그리고 지하세계를 관통하는 용암동굴이 제주를 범상치 않게 만든다. 한라산에서 분출하여 땅속을 거침없이 질주했던 용암은 어디로 갔을까.

제주 바닷가에 서면 구멍 뚫린 현무암이 널찍한 암반을 만들기도 하고 쩍쩍 갈라진 돌덩어리로 나뒹구는 모습을 본다. 용암이 차가운 바다를 만나 뜨거운 질주를 마쳤다.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타고 스치듯 지날 때에는 보지 못하는 풍경이다. 제주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올레를 걸으면 그 모습이 선연히 눈에 들어온다.



차를 타고 가다 까만 갯바위에 꽃이 피어 있음을 발견한다면 눈이 좋은 건지? 제주 여행의 고수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여행은 마음이 동하는 대로 따라 주는 데 묘미가 있다. 차를 멈추고 검정 일색의 갯바위에 희끗희끗, 연분홍은 무엇일까라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까이 다가간다.

의문이 풀린다. 별처럼 꽃잎을 연 갯까치수염과 종 모양의 꽃잎을 지닌 갯메꽃이다. 용암이 흐른 자국을 밭고랑 삼아 꽃들이 피어 있다. 한 줌조차 되지 않을 모래흙에 뿌리내린 가녀린 듯하지만 강인한 생명이다.



해안도로 드라이브 중에 언뜻 스치는 만남이 아니라 바닷가를 걷는다면 갯꽃이 그린 서로 다른 그림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5월은 제주바닷가를 걷기에 그만인 시기다. 종종 찾아오는 비는 제주의 숙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자. 비조차 기꺼울 수 있는 경지라면 제주를 꽤나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이다. 비에 젖은 현무암은 바위와 꽃의 대비를 더 강렬하게 만든다. 자연이 수놓은 꽃수를 사진에 담는다. 그 옆으로 풍성하게 자란 암대극이 대형 부케를 만들어 바다를 향한 찬미의 시선을 보낸다.



그리 크지 않을 거라 여긴 제주도는 생각보다 넓다. 한라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인지 동쪽 끝 성산에서 비를 쫄딱 맞았는데 서쪽 모슬포에 서니 햇살이 비친다. 햇살이 비치는 한낮에 비로소 꽃잎을 여는 뚜껑별꽃은 유난히 제주 서쪽 해안에 많다. 보라별꽃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름처럼 선명한 보라색이다. 보라색이 짙어 청색에 가깝다.

뚜껑별꽃 가까이 벌노랑이가 가득 피어있다. 벌노랑이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바닷가에 가득 핀 모습은 꽤 장관이다. 파도가 금세라도 닥칠 듯한 갯바위에 핀 벌노랑이 너머 바위에 부딪쳐 일어나는 하얀 포말을 바라본다. 점차 해가 기우는 저녁 일곱 시, 밝은 노란색 꽃잎이 지는 햇살에 황금처럼 빛이 나고 색이 그윽해진다. 벌노랑이가 가장 매혹적으로 보이는 시간이다.



5월의 제주 바닷가는 이렇듯 꽃 수가 가득하다.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마음에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 가까이 다가오는 바닷가 식물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걷는 제주 해안 길, 꽃 여행의 의미도 좀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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