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진 공간의 재탄생 팩토리 카페투어

제주도 서귀포카페 `감저`
청초호 속초카페 `칠성조선소`

0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긴 시간은 자연을, 사람을, 주변 환경을 바꿔놓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오래된 것들은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해 그 시간을 지워버린다. 우리가 다시 보고 싶고, 찾고 싶었던 공간들이 그리워질 때 그곳에서 추억을 소환하며 행복한 시간을 떠올린다. 기억이란 힘들었던 추억이든 행복했던 순간이든 아름답게 미화되어 좋은 것만 떠올리게 하는 힘을 가졌다. 여행지에서 만날 수 있는 팩토리 카페. 옛 모습 그대로를 보존하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일터와 휴식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카페를 소개한다.

제주도 서귀포카페 ‘감저’

제주도 송악산 해안도로 주변에는 유채꽃은 만발했고, 평일 여행자는 노란 유채꽃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 잠시 차에 내려 방랑여행자가 되어본다.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 가벼운 차림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 사랑스러운 커플은 아름다운 순간을 담고 있다. 바닷가에 새로 신축한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들도 있었지만, 여행자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은 나지막한 시골 카페 감저다.

서귀포에서 찾은 보존 하고 싶은 카페 감저. 이곳은 카페지기의 부모님이 운영했던 고구마 전분 공장을 카페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한 곳이다. 제주도에 개발 바람이 한창이었던 때 대정읍만 비켜나 그나마 오래전 모습, 돌담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10년 전부터 카페지기는 서울에서 내려와 가족의 터전이자 유년 시절의 추억이 깃든 이곳을 지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썼다. 사적인 공간이긴 하지만 제주도의 옛 돌담 건축물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서귀포시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다시 힘을 얻게 되었다.

카페는 2018년 7월 ‘감저’ 카페를 오픈해 머무는 사람들의 추억이 더 해지고 있다. 이곳은 한 개인의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정읍 주변에 사시는 분들의 삶이 녹아든 곳이기도 하다. 제주도의 예스러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 더욱 보존가치가 높다. 카페지기는 큰 욕심 없이 감저를 운영하고 있다. 오픈 한지 몇 개월이 흘렀지만, 아직 홍보한 적 없지만, 이미 입소문으로 알려졌다.

카페 내부는 공장 일부를 변형해 빈티지 느낌을 살려 자유롭게 테이블 배치했다. 둘만을 위한 테이블, 여러 명이 둘러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긴 원목 테이블, 소극장을 연상케 하는 계단형 공간, 밖을 보며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창가 테이블까지 어느 곳에 머물더라도 여유롭다. 부드러운 라떼 커피맛도 좋지만, 이곳의 감저 시그니처 메뉴도 인기다. 담장 너머 평온한 풍경과 따뜻한 차 한잔은 여행자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듯하다.

감저는 팩토리 카페답게 흔적을 지우기보다는 새로움을 가미해 휴식과 체험의 공간으로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현장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쉴 새 없이 전분을 만들었을 공장 기계들은 녹슬고 빛바래졌지만, 가치는 더욱더 깊어져만 간다.

청초호 속초카페 칠성조선소

녹음이 짙어가는 청초 호수공원에 활짝 핀 철쭉꽃과 튤립 꽃이 한창이다. 청초호는 500t급 선박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곳으로 풍랑 때 어선이 대피하는 정박지로도 쓰이는 곳이다. 청초호에는 속초엑스포타워를 비롯해 석봉도자기미술관도 있고 최근에 카페와 맛집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적한 호수를 둘러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그중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칠성조선소는 1952년 원산조선소에서 2017년 칠성조선소까지 65년 동안 배를 수리하고 만들었던 공장이다.

2017년 8월 원산조선소는 문을 닫고, 2018년 2월 칠성조선소로 다시 문을 열었다. 오랜 사택을 활용해 조선소 살롱 카페를 만들었다. 빈티지한 카페 내부의 호수전망 자리는 단연 인기가 많다. 커피는 앤트러사이트 원두를 사용해 진한 커피와 부드러운 향미가 느껴지는 커피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다. 시원한 탄산수와 사과 주스, 초콜릿도 있다.

옛 공장 건물은 뮤지엄, 플레이스케이프, 오픈 팩토리로 리모델링해 휴식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있는 이곳은 3대의 노력으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지금의 팩토리 공간을 완성했다. 배와 함께 한 시간이 녹아든 공간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커피와 문화공간을 접목함으로써 새롭게 가동되고 있다.

칠성조선소 야외 공간은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움이 더 좋다. 호수로 배가 나갈 때 사용했을 것 같은 철제 프레임 위에 평평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찰랑거리는 호수를 바라보며 차 한잔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는 이색카페. 세월이 한참 흘러 우리가 알고 있던 곳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게 될지. 설악산의 아름다운 모습과 한적한 청초호수 전망의 칠성조선소는 아이들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체험공간이다.

관련 포스트 더보기

답장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