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배의 로스팅 탐방기] 제주도 카페 베짱이컴퍼니의 무한도전

제주 아라동카페
제주 로스터리 카페 베짱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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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같은 길을 함께 갈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베짱이 컴퍼니 카페를 운영하는 이들은 동반자이자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 주는 친구다. 대구에서 이주해 제주가 좋아 제주인이 되었고, 커피가 좋아 커피인으로 살아가는 유쾌한 젊은 피 이재성, 커피에 빠져 사는 제주 토박이 강윤호, 두 사람이 운영하는 베짱이 컴퍼니. 그들만의 커피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재성 대표의 경력은 좀 남다르다. 군에서 부사관으로 블랙호크 헬기 정비 일을 했다.

어느 날 대구에서 커피가 맛있는 집으로 알려진 커피명가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간 날, 별 의미 없이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 이후 그의 인생은 달라지게 되었다. 평소 마시는 커피와는 다른 오묘한 맛이 자꾸 궁금해졌고, 어떻게 하면 그런 커피 맛을 낼 수 있을까? 점점 커피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가 시초였다. 자신의 인생이 어쩜 달라질 수 있겠구나. 거칠고 딱딱한 일상이 아닌 향기로운 커피인으로 살아봐도 좋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

그 후 대구에서 제주로 거주지를 이전하면서 커피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터전인 제주시 아라동에 자리 잡게 된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다. 제주는 관광도시이기에 멋진 풍경이 있거나 관광지 주변에 카페들이 많은 편인데 왜 상권이 활발하지도 않고 관광 지도 아닌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었을까? 궁금했다.

이 대표는 제주에서 신혼을 보내며 사랑스러운 두 딸을 둔 아빠가 되었다. 가족과 일터 두 가지 모두를 공유하며 보낼 수 있는 곳이기에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 맛도 더욱 좋아지고, 베짱이 컴퍼니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찾는 카페가 되었고, 그 이후 입소문을 듣고 거리에 상관없이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최근에는 원두 구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해 카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지금은 커피 덕후들의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카페 건물 옆에는 커피를 더욱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교육장과 세미나실, 로스팅을 하는 이곳은 이 대표의 보물창고인 샘이다. 신 메뉴 개발은 물론 다양한 커피 맛을 만들어 내는 심장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커피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여 함께 참여하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다. 커피인으로 살면서 서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얻어진 결과는 함께 나누며 사는 삶, 그것이 커피를 하는 이유이자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원천이다. 결국 좋은 삶이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옆을 보며 함께 하는 것을 알기에 빠듯한 일정에도 창업문의와 교육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노력은 2016 GCA 골든 커피 어워드 동상, 제1회 SRC 에스프레소 4위, 2018 ROTC 제주 동상의 수상 경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이 대표는 본인이 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된다면 대회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 제주커피 협회 사무장, 2017 GCA 싱글 오리진 심사위원, 2018 GCA 로스팅 대회 심사위원, 2019 상해 IGCA 싱글 오리진 심사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하는 날 비가 내렸다. 이 대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핑크솔트라떼’를 먹어 보았다. 그날 나는 내 인생 라떼를 경험했다. 소금 커피를 만들고 싶어 시도한 메뉴라고 한다. 에스프레소와 우유, 소금 이 3가지의 조화가 정말 오감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크림의 차가운 맛과 커피의 뜨거운 맛, 그리고 소금의 짠맛이 입안에서 하나가 되어 오묘한 맛을 냈다. 부드러우면서 달콤했으며 짠맛이 감돌더니 커피 맛과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이 메뉴는 3년 전부터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후 많은 곳에서 유사한 메뉴를 만들어 내고 있다지만, 실험정신 강한 이곳의 라떼만은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 제주에 가면 꼭 마셔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다. 특별한 커피 맛에 제주의 비도 반가워졌다.

베짱이 컴퍼니의 제주사랑, 메뉴 사랑도 남달랐다. 이곳의 계절 히트 메뉴는 댕유지다. 당유자를 제주말로 ‘댕유지’라고 하는데 단맛과 쓴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고, 향도 강한 편이라 에이드로 잘 나간다. 딸기 철에는 노지 딸기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그 외에도 요즘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디카페인 커피 메뉴도 내놓았다. 베짱이 컴퍼니가 만들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이나 임산부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어 늦은 밤에도 손님들이 이어진다.

실험적인 메뉴는 이 대표의 신메뉴 개발 의지와 제주 사람인 강윤호 씨의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두 사람은 흑당에소라떼 메뉴를 출시했다. 오키나와 비정제 원당을 직접 끓여서 만든 흑당에 아몬드 뽕뽕 블렌딩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넣은 메뉴다. 출시 후 인기 메뉴가 되었다. 앞으로 또 어떤 메뉴가 탄생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 대표는 다른 이들과 커피를 접하는 방법이 남달랐다. 커피 공부와 더불어 로스터기와 커피 머신, 그라인더 등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계에도 조예가 깊다. 창업자에게 잘 맞는 로스터기 추천은 물론 머신 유통과 as까지 가능한 전문가가 되었다. 베짱이 컴퍼니에 있는 기계도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고 검증된 기계로 세팅했다. 그만큼 좋은 커피 맛을 제공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커피인들 사이에도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 5년 후, 베짱이 컴퍼니는 더 이상 베짱이가 될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바쁜 베짱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함께 카페를 운영하는 강윤호 씨도 바리스타 대회에 참가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들의 커피 인생은 이보다 즐거울 수 있을까 쉽다. 커피와 물의 궁합까지 생각하며 고심하는 젊은 커피인들을 보니 제주 날씨와 상관없이 늘 햇살 가득할 것 같다.

참 행복해지는 인터뷰였다. 정년이 보장된 삶을 던지고 커피를 할 때 아내의 적극적인 격려와 도움이 있어 많은 힘이 되었다는 이 대표 말속에 선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어려웠던 지난 일을 회상하면서도 당연히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진지함은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된다. 어려움은 비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맞서 해결해야 제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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