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여긴 몰랐지? 봄 소풍 장소 구둔역 폐역

0



[이데일리 트립in 심보배 기자] 봄 소풍 가기 좋은 날, 햇살이 예쁜 날 양평으로 향했다. 지금의 시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단 하나의 이유, 그 이유 끝에 시간 속 여행이 떠올랐다. 무작정 내비게이션에서 구둔역을 입력하고 봄 노래를 부르면 도착했다. 이곳은 꼭 1년 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그날의 기억이 좋아, 사람이 좋아 기억에 남았다. 오래된 폐역에서 나는 무엇을 느낀 것일까? 지금 돌아보면 이정표도 없는 우리 인생에 가끔은 정차해 지금의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이 그때다.



△양평 구둔역 폐역은 어떤 곳인가?

구둔역은 양평에서도 깊숙한 지평면 일신리에 있는 폐역이다. 이곳을 2016년 12월 2일 다시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약 2년의 준비 기간을 통해, 민간에서 폐업된 간이역을 재생한 사례가 처음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이곳은 철도공사 자산으로 8년간 농업법인 마을 공동체에서 임대해 새로운 여행지로 정상화하고 있다. 구둔역은 약 100가구가 사는 시골 마을로 중앙선 양평과 원주 구간을 개통하면서 설치한 역사로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되어 다양한 농촌문화예술 체험 거리를 제공한다. 구둔역이 문화재가 된 이유는 건축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대합실 목조 천장 틀은 77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겨낼 만큼 견고하게 설계되어 지금까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대합실 긴 나무 벤치와 매표창구, 열차 시간표도 수십 년 옛 모습과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 구둔역을 맡은 김영환 구둔역 지킴이를 다시 만나다.

1년의 세월 동안 구둔역은 다양한 시도와 많은 사람을 만나며 그 연을 이어가고 있다. 구둔역 지킴이 알래스칸 말라뮤트 몽구는 2살이 되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애정도 많다. 그래서인지 몽구는 이곳의 유명스타다. 몽구와 눈인사를 하고 까몽이네 카페로 들어선다. 김영환 구둔역 지킴이가 그곳에 있다. 2015년 10월 1일 자로 이 곳을 계약하면서 구둔역 재생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묵묵히 그 힘든 길을 걷고 있는 분이라 더욱 존경스럽고 응원하고 싶다.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그 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약 3만명 정도의 사람이 다녀갔다. 아이유의 촬영 이유 더 많은 사람이 자연 그대로의 이곳을 많이 찾아와 새로운 사람과 만남이 즐겁다”고 말한다. “화려하지 않은 이곳의 시간의 멋을 알아봐 주는 분들을 보면 감사하다”, “그분들이 이곳에서 소중한 시간을 만들고,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긍정의 에너지를 찾기를 바란다.”는 지킴의 말이 나에게도 자극제가 되었다.



△ 구둔역 엄마의 도시락 탄생스토리

구둔역 엄마의 도시락에 대한 이야기다. 구둔 마을에살고 계시는 어르신이 오래전 이곳에서 일한 역무원의 가슴 아픈 사연을 풀어놓고 가셨다고 한다. “구둔 마을에 역무원 아들과 함께 사는 엄마는 매일 같이 따뜻한 도시락을 주기 위해 같은 시간에 아들을 찾아왔다고 한다. 어느 날 불의의 열차 사고로 아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엄마는 떠난 아들을 생각하며, 매일 구둔역에 도시락을 놓고 가셨다”라는 실화를 들려주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구둔역 지킴이는 엄마의 따뜻한 도시락은 구둔역의 시간 여행 속으로 합류시켰다. 실화를 바탕으로 우리가 모두 간직한 엄마에 대한 가슴 뭉클한 추억은 도시락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구둔역에는 엄마의 도시락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추억의 사각 도시락에 볶은 김치, 시금치, 멸치, 단무지, 옛날 소시지는 흰쌀밥 아래 숨겨져 있어 처음에는 몰랐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계란 후라이로 완성된 도시락과 콩나물국은 든든한 한끼가 된다. 주변에 먹거리가 없어 불편했던 분들을 위해 기차 떡볶이와 사발면, 허니버터 브레드 등 메뉴가 추가되었다. 이곳의 인기를 실감하듯 구둔역을 이끌어 가시는 분들이 늘어났다. 빈 손으로 봄 소풍가기 제격이 장소.



햇살 좋은 날, 엄마의 도시락을 먹으며, 여유롭게 오래된 시간의 매력에 빠져들기 충분하다. 황금 티켓에 저마다의 소원이 있다. 조약돌에 새겨진 사람 냄새 나는 글귀들 ‘영원히 행복하길, 우리 가족 항상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 많은 글 중에 가족에 대한 건강, 행복, 사랑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가장 많다. 이 글을 적는 순간만은 가족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길 수 있기에 그날의 추억은 따뜻함으로 기억된다.

△ 구둔역의 또 다른 에피소드

까몽이네 카페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컷 고양이 ‘백설기’

“얼마 전 구둔역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산 고양이들과 치열과 결투가 있었다. 결투 끝에 얼굴에 상처에 생겼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계속 누워있다. 백설기의 맹활약 덕분인지 그 뒤로 산 고양이가 역 주변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잠자는 백설기 얼굴에 정말 발톱으로 할퀸 자국이 선명했다. 아프겠다. 구둔역을 지켜낸 백설기에 애정 어린 손길로 쓰담 쓰담 하며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빨리 나아라”



△ 구둔역의 희망 메시지

황금 티켓을 들고 400년 된 소원의 나무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 언젠가를 기약하며, 우리의 소원을 걸어둔다. 철길 위를 걸어보며 지금의 나를 들여다본다. 기차는 약속의 장소, 막연한 설렘의 장소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아픔의 시간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기도 한 곳, 두 팔 벌려 철길 레일 위를 걷기 위해 중심을 잡아본다. 한참을 연습해야 바른 자세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 인생은 작은 것 하나부터 쉽게 이루어지는 게 없다.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값진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고백의 정원은 지금의 마음을 시간으로 가리킨다. 행복은 길게 시로, 사랑은 분단위로, 걱정은 짧은 초로, 행복 시, 사랑 분, 걱정 초 그날의 마음이다. 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 연인들의 고백도 이어진다. 반추의 마당에서는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아도 된다. 거울 속 하늘이, 내가 함께 있다. 하늘만 올려다보지 말고 가끔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내 모습이 어떤지? 나는 잘 가고 있는지? 환상열차의 종소리에서 행운의 시간을 알린다. 잔잔한 울림이 있는 소리는 행운, 희망을 위해 힘찬 출발을 알린다. 향기로운 들꽃이 피고, 철길 주변 벚꽃이 휘날리는 계절이면, 따뜻한 엄마의 도시락처럼 시간속 여행은 사랑이 듬뿍 담겨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의 봄처럼.



매주 화요일 휴무 (연휴 또는 공휴일 화요일은 영업)

이용시간 평일 9시~6시 / 주말,공휴일 9시~8시

관련 포스트 더보기

답장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