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 숲에서의 하룻밤은 늘 옳았다. 비슷하게 생긴 소나무 숲은 나무숲이 짙으면 음의 기운이 넘치는 데 반해 잣나무는 그렇지 않았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런데 또 웃기는 건 무언가 알 수 없는 미는 저항력이 있다. 그 때가 몇 년 전이었을까....
몇 년 전부터 겨울이 되면 sns에 색색의 플라스틱으로 만든 눈썰매를 타고 즐거워하고, 왕따나무 주변으로 텐트를 친 모습들이 올라왔다. 백패킹 성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운탄고도는 해발 1,000m를 오가며 걷는 길이다. 이 길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카지노로 유명한 하...
새벽 어스름한 시간. 눈을 비비고 텐트 밖으로 나와 임도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소변을 보는데 마주 보이는 한천산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려오는 게 보였다. 수십 명의 사람이 일렬로 내려오는 행렬에는 말소리도,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맨 앞의 흰...
걸음 두 번 째날, 아침이 되자 전날의 피로가 몰려왔다. 서울에서 첫 기차를 타고 포항까지 내려온 데다 버스까지 타고 이동해 걸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전날 걸은 거리가 겨우 13km 남짓. 길 위에 서면 늘 그렇지만 속도전보다 느긋한 걸음을 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