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출발한 일행은 무안 신월항으로 갔다. 고이도는 신월항에서 정기 여객선과 마을에서 운영하는 도선이 수시로 있어 배편이 좋다. 도선 고이호를 이용해 고이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압해읍사무소 고이도출장소 김선민 선생님과 가란도보건진료소 이정옥 소장님. 그리고 재경고이향우회에서 세워놓은 고이도 표석이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당산제가 끊긴 지 반세기가 되었으나 고이도 당신은 왕건 또는 왕건의 숙부 왕망이라고 전해진다고 한다. 누군지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고려의 왕족 왕씨 집안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서해의 수호신 임경업 장군과 남해의 수호신 최영 장군을 모신 당집은 많이 봤지만, 고려의 왕족 왕씨 집안 사람을 섬의 수호신으로 모신다는 것은 고이도가 처음이다.
이순신 장군이 남해안뿐만 아니라 함경도 녹둔도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와 택리지 저자 이중환이 개성에 잠들어 있는 조부를 풍수가 좋은 세종시로 이장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나 놀랐다. 고이도를 여행하면서 교통이 좋아진 현재의 우리는 조상들보다 더 좁은 공간을 더 좁은 시야로 사는 건 아닌지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대촌마을 앞으로 드넓은 논과 염전이 보인다. 수로 옆으로 갈대가 바람에 춤을 춘다. 수로에 잠긴 전봇대는 등불을 달고 윤슬을 반짝인다. 대촌마을 어느 집안에 웃음소리가 들린다. 일행을 안내하는 가란도 보건소장님과 마을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였다.
여행 정보
고이도에 들어가는 정기 여객선(차도선)은 무안 신월항에서 8:20, 11:30, 16:30 하루에 세 번 있다. 고이도에서 신월항으로 나올 때도 8:00, 11:20, 16:20 하루 세 번이다. 요금은 편도 2,000원. 정기 여객선 운항시간은 신안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교통정보 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신월항에서는 여객선 외에도 도선 고이호가 운항한다. 동절기에는 7:40, 8:50, 10:50, 12:00, 12:50, 13:50, 14:50, 16:40, 17:40, 9편이 운항한다. 하절기에는 18:40, 19:40 두 편이 추가되어 11편 운항한다. 요금은 왕복 2,000원.
◇ 함께 하면 좋은 여행지
– 선도 수선화축제장
고이도 인근에 선도라는 섬이 있다. 매년 4월이면 신안 수선화 축제가 열린다. ‘수선화 여인’으로 불리는 현복순 할머니(89세)의 선구자적 역할로 선도는 수선화 섬으로 탈바꿈했다. 30년 전 남편을 따라 시집인 선도로 귀향한 할머니는 집 정원과 주변 밭을 꽃밭으로 만들었다. 세계의 수선화를 수집하여, 꽃동산을 이루었다. 마을주민들도 합세하여 섬 전체를 수선화 꽃밭으로 가꾸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신안군에서는 수선화 할머니의 이야기를 연계해 선도에 7ha의 수선화 재배단지를 조성했다.
– 기점·소악도 기적의 순례길
국내 최대 길이를 자랑하는 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 노둣길.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빠지면 네 개의 섬은 하나의 섬이 된다. 2017년 전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어 ‘순례자의 섬’으로 주제를 정하고 주민과 함께 2년여에 걸쳐 12km 순례길을 따라서 12사도를 딴 작은 예배당 12개를 짓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같은 아름다운 ‘기적의 순례길’을 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