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하늘의 색만큼 깊이 있는 바다색을 띠는 계절이 왔다. 가을이면 으레 알록달록한 단풍을 떠올리지만 가을은 섬 여행을 다녀오기 좋은 계절이다. 섬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 맛이 있지만 바다 날씨는 계집아이 널뛰는 것처럼 수시로 오락가락해 쉽지만은 않다. 이럴 때는 연륙교로 연결된 육지섬을 추천한다.
돌산도를 오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돌산도 갓김치는 들어봤을 것이다. 갓의 씨앗은 겨자로 냉면에 넣어 먹는 노란 겨자가 그것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갓은 인체의 담을 제거해 기의 유통을 돕고 한기를 몰아내 속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이라고 쓰여 있어 그 효험성이 입증되었다. 돌산도에서 갓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다. 당시에 일본인들이 들여온 청색 갓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김치를 담가 먹기 시작했는데 이곳의 갓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갓 특유의 톡 쏘는 맛과 독특한 향이 유난히 진하다. 낮밤의 일교차가 심하고, 따뜻한 해양성 기후와 양질의 토양 덕분으로 돌산 갓으로 만든 갓김치는 돌산의 대표적인 생산물이 되었다.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시선을 두는 거의 모든 밭이 갓일 정도로 바닷바람에 푸득 거리는 갓 잎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